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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변·잦은 설사 반복"...궤양성 대장염 방치 시 대장암 위험 증가
설사가 잦고 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면 단순한 장 트러블로 넘기기 어렵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궤양성 대장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에 염증과 궤양이 발생하는 염증성 장 질환으로, 식습관과 생활 습관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최근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 기구 2026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디젤 배기가스·미스트·에어로졸 등 직업적 환경 오염물질에 노출된 경우에도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 질환을 방치했을 때다. 20년 이상 진행된 경우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이처럼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궤양성 대장염은 어떤 질환이며, 원인과 증상, 치료법은 무엇인지 소화기내과 현혜경 교수(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본다.
직장에서 시작해 대장 전체로...궤양성 대장염이란
궤양성 대장염은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대장 점막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염증성 장 질환이다. 주로 직장에서 시작해 대장 전체로 연속적으로 침범하며, 염증이 점막층에 국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로 인해 점막이 붓고 쉽게 출혈이 발생하며 궤양이 형성되어 혈변이나 점액변이 나타난다.
현혜경 교수는 "일반적인 장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하며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호전되는 급성 질환"이라며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는 만성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환자의 95%를 차지하는 만성 재발성 대장염의 경우 증상이 수 주일간 지속되다 사라졌다가 수개월에서 수년 사이 다시 심하게 나타나며, 재발할수록 상태가 악화된다.
궤양성 대장염과 혼동하기 쉬운 질환으로 크론병이 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반에 걸쳐 발생할 수 있고 염증이 장벽 전체를 침범하는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만 국한되며 염증이 점막층에 머무른다. 또한 크론병은 병변이 띄엄띄엄 나타나는 데 비해 궤양성 대장염은 연속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유전·면역·환경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원인
궤양성 대장염은 유전적 소인, 면역 이상, 장내 미생물 변화, 환경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다인성 질환이다. 불규칙하고 자극적인 식습관, 카페인 섭취, 스트레스 등이 발병과 관련이 있으며, 서구화된 생활 습관으로 인해 발병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오염·미세먼지·직업적 화학물질 노출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도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현혜경 교수는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장 점막 면역 반응을 변화시키거나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에서 염증성 장 질환의 발생이 증가하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환경 요인은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람에서 질환 발생을 촉진하는 유발 요인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하루 10회 이상 설사에 혈변까지...증상 심해질수록 일상이 무너진다
궤양성 대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혈변과 설사다. 심한 경우 하루 10회 이상 배변을 보기도 하며, 복통·절박변·점액변이 동반될 수 있다. 질환이 심해지면 발열·체중 감소·빈혈 같은 전신 증상도 나타나고, 밤에 복통이나 설사로 잠에서 깨는 경우도 있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경증 환자는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중등도 이상에서는 외출이나 직장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배변을 참기 어려운 증상은 사회생활에 큰 제약을 주며, 반복되는 증상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와 불안도 함께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을 방치할수록 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염증으로 장 점막 손상이 누적되면 출혈·독성 거대결장·장 천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현혜경 교수는 "장기간 지속된 염증은 장 점막 세포가 반복적으로 손상되고 재생되는 과정에서 dna 손상을 축적시키고, 이형성(dysplasia)이라는 전암 단계를 거쳐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일반적으로 질환 발생 후 8~10년 이상 경과하면 대장암 위험이 높아지기 시작하며, 염증 범위가 넓고 지속적으로 활성화된 경우 위험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증상이 의심되거나 반복된다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해 유도와 유지가 목표...약물 치료부터 수술까지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 목표는 증상과 점막의 염증을 호전시켜 관해를 유도하고 유지함으로써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염증을 조절하는 5-아미노살리실산 제제를 사용하며, 필요에 따라 스테로이드·면역조절제,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나 소분자 제제까지 활용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약물 치료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약물에 반응하지 않거나 대장암·심한 출혈·천공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은 병변이 있는 대장 부위를 절제하는 방식으로 시행되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문 기능을 유지하는 재건술을 함께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은 질환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치료이지만, 환자의 상태와 삶의 질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완전한 예방은 어렵지만...재발 줄이는 생활 관리가 핵심
궤양성 대장염은 재발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지만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증상 악화를 줄이고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 식사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먹기보다 하루 4~6회 소량씩 나누어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드럽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중심으로 충분한 단백질과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름진 음식·가공식품·자극적인 향신료·카페인·알코올은 피하는 것이 좋다. 질환이 활성화된 시기에는 섬유질이 많은 음식도 설사를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스트레스는 장의 면역 반응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증상 악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혜경 교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없더라도 치료를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라며 "정기적인 진료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질환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인 합병증을 예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고 강조했다.